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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뮤지컬 포미니츠 관람

일시 : '21. 4. 21. 16:00 

장소 : 국립 정동극장

캐스팅 : 김선영 (크뤼거 부인), 김수하(제니), 정상윤(뮈체) 등 

 

뮤지컬 포미니츠 캐스팅

 

일단 김선영 배우의 팬이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보게 되었는데 원작인 영화를 보지 않아서 내용의 이해에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역시 뮤지컬을 보고나니 원작 영화를 먼저 봤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대는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가운데에 놓여있고 그 주변으로 인물들이 움직이며 펼쳐졌다. 피아노는 무대 내내 고정되어 있었고 배우들은 피아노 옆에서, 때로는 피아노 아래에서, 피아노 위에서 연기했다. 그리고 진짜 피아노를 치는 피아니스트는 무대 왼편에서 배우의 피아노 연기에 맞춰 선율을 내보냈다.

전반적으로 어두웠고 분노와 불신, 질투, 열등감, 이해, 사랑 모든 감정들이 터져나오는 무대였다. 

 

역시나 압권은 마지막에 제니가 연주회장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미친듯이 피아노를 '치는' 장면(말그대로 피아노를 '쳤다'). 

 

제니의 연기가 재능이 있지만 망가져버려 분노밖에 남지 않은 젋은 죄수의 독특한 광기를 잘 표현해냈고, 그것을 뒤에서 뒷받침하며 묵묵히 이끌어준 것이 김선영 배우의 연기였다.

 

하지만 몰입하여 보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는 감정선들이 여러개 있었다. 그 사람이 왜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지 특성이 이해되지 않은채 냅다 '나는 이런 감정이야~'라고 부르짖는 노래를 들으니, 약간 나는 받아들일 준비가 안되었는데 속사포처럼 자신의 감정을 쏟아내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뮤지컬을 다 보고 두 주연배우의 열연에 감탄하면서도 약간 미적지근한 부분들이 남았다.  방대한 영화의 분량을 다 담으려다보니 꼭 필요한 부분만을 꺼내서 강조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어쩌면 영화를 미리 내가 예습했어야했을지도 몰랐다.

결국 '아 이거는 꼭 원작 영화를 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집에 와서 넷플릭스로 영화 '포미니츠'를 보게 되었다.

 

내가 뮤지컬을 보면서 이해되지 않았던 점은

 

1. 왜 교도소 간수인 뮈체는 크뤼거부인한테 인정받기를 갈구하는가? 

2. 제니는 왜 저렇게 분노와 불신에 가득차있는가? 갑자기 아기 이야기는 왜 꺼내는 것인가? 

3. 크뤼거는 왜 '재능'을 맹신하여 제니를 지지하는가?

 

아무래도 처음 보는 것이고 원작에 대한 이해가 없다보니 한번에 몰아치는 뮤지컬에서 이 모든 것들이 다 이해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영화를 보니 감정선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고나니 뮤지컬은 이 영화를 최대한 충실하게 담아내려 했다는 거을 알게 되었다.

 

 

<영화 포미니츠>

 

영화 포미니츠

개봉: 2007년

출연: 모니카 블라이브트로이(크뤼거 부인), 한나 헤르스츠프롱(제니)

 

영화는 크뤼거 부인이 용달 트럭에 피아노를 싣고 교도소로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다시 용달 트럭에 피아노를 싣고 나가면서 결말로 치닫는다.

 

1. 크뤼거는 왜 재능을 보고 제니를 지원하는가?

 

크뤼거는 과거 2차 대전때 루카우 감옥의 독일국방군 3병원에서 응급 의료원으로 일했다. 부상병을 돌보는 간호사였고 거기서 같은 동료 한나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한나는 공산주의자로 몰려 재소자가 되어 나치에 처참하게 처형을 당했고 크뤼거는 살아남기 위해 한나와의 사이를 부정해야만 했다. 그리고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한나는 피아노에 재능이 있었고 크뤼거는 한나가 살아있었다면 그 재능을 펼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그녀를 죽게 내버려둔 자신을 평생 자책하며 살아왔다. 크뤼거가 가슴속 깊이 묻어왔던 이 이야기는 영화 내내 회상의 방식으로 조금씩 조금씩 드러난다. 

 

그러므로 크뤼거는 재능이 있지만 교도소에 죄수로 묶여있는 제니를 보며 한나와 동일시했던 것이며 제니가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2. 간수 뮈체는 왜 이렇게 크뤼거의 인정을 갈망하는가? 

 

영화에서는 두 명의 간수 뮈체, 코발스키가 나온다. 뮈체는 특별한 재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지만 음악적 조예를 갖고 싶어하며 그래서 크뤼거 부인에게 인정을 받고자 한다. 그리고 크뤼거와 제니가 처음으로 만나던 레슨날에 제니가 폭력적으로 변하여 뮈체를 몇 주동안 출근할 수 없을 정도로 폭행을 해버린다. 그런데 그런 제니가 크뤼거에게 레슨을 받고 또 경연대회를 나간다니... 반면 자신은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TV 퀴즈쇼에 나가도 망신당하고 떨어지는데... 그러므로 제니를 싫어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훼방을 놓으려고 한 것이다. 영화를 보니 뮈체가 왜 제니를 방해하고 피아노를 못치게 하고 그랬는지 이해가 좀 갔다. 영화를 보니 뮈체의 감정선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뮤지컬에는 간수가 뮈체 1명밖에 나오지 않지만 사실은 코발스키라는 사람이 또 있다. 이 사람은 뮈체와 다르게 원칙주의자이며 더 차갑게 군다. 경연대회 예선에서 제니와 동행한게 뮈체이며, 제니는 손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갑자기 탈주하더니 병원 창문에 뛰어드는 돌발행동을 보인다. 

 

 

3. 제니는 왜 불신과 분노, 폭력으로 가득차있는가?

 

제니는 어렸을때 피아노에 재능이 있어 외국에 공연도 다니고 세계적인 경연대회에도 나갔었다. 하지만 양아버지가 거의 강압적으로 시켰으며 제니가 그만두겠다고 하자 제니를 강간하였다. 제니는 그래서 집을 나가 질 나쁜 남자와 만나게 되었고 그 사람의 살인을 뒤집어쓰고 배신을 당했다. 사실 영화에서도 마지막에 아버지가 찾아와서 제니가 결백함을 주장하며 크뤼거를 찾아오거나, 마지막 경연대회 연주에 찾아오는 모습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하고서 이제와서 용서를 바란다니... 당연히 제니가 아버지를 싫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이해된다. 

 

 제니가 교도소에 들어온지 얼마안되었을 때 출산을 했는데 진통끝에 아이는 병원에서 죽었다. 바로 그 병원이 제니가 경연대회 예선에서 손을 다쳐 치료했던 병원이었고 그때 봤던 창문을 기억하며 거기로 뛰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이 뮤지컬에서는 피아노 위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래서 갑자기 뛰어내리는 모습이 잘 이해가 안 되었는데 영화를 보며 그 곳이 같은 병원이고 자신의 아이를 떠올리며 그랬다는 것이 이해가 되었다.

 

 

 

아마 원작 영화를 봤으니 뮤지컬을 다시 본다면 새롭게 다가올 것 같다.

혹시 뮤지컬 포미니츠를 보러가시는 분들이 있다면 넷플릭스에서 원작영화를 먼저 보고 가시기를 추천드린다.

영화 자체도 명작이어서 여운이 많이 남는다. 뮤지컬은 감정을 쉴새없이 몰아치는 느낌이라면, 영화는 잔잔하게 스며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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